[단독] 은마 '6.17 쇼크'..328가구는 새 아파트 못 받는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6·17대책에 재건축 조합원 분양자격 강화
2년 이상 거주해야 새 아파트 분양 받아
임대주택 등록했으면 거주 요건 못 채워
"정부 정책 부응한 게 발등 찍은 꼴"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30여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집 주인이 거주할 수 없다. 정부는 1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분양 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은 주택시장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다. 코로나19(집값 과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 사업장·인력(실수요)을 제외하고 기업체 등의 문을 닫고 이동을 제한(대출 금지, 거래 허가)한 조치 말이다. 가격 상관없는 주택구입자금 출처 조사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을 연상시킨다.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사실상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처럼 '락 다운'(봉쇄)됐다. 재건축 단지는 문 닫은 사업장인 셈이다.
이번 대책 후폭풍이 재건축 사업장에도 몰아쳐 단지마다 이사하느라 북새통을 이룰 전망이다. 조합원 분양 자격을 충족하기 위한 집 주인의 입주가 줄을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는 투자수요가 많아 실제로 거주하는 주인이 많지 않다. 재건축 주택이 좁고 낡은 이유도 있다.
이달 초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1600여가구만 보더라도 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이 단지는 이미 조합 설립 단계를 지나 거주 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재건축 추진 중인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임대주택사업자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재건축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만 재건축으로 짓는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분양자격을 주기로 했다. 현재는 기간 제한 없이 보유하고만 있으면 분양 대상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직접 거주하지 않는 투자 수요를 규제하기 위해 조합원 분양 자격에 실거주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2년 거주 기간은 연속적인 기간을 말하는 게 아니고 합산 기간이다. 세대 전원이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만 살면 된다.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현금청산을 하게 된다. 분양·착공 전 사업시행인가 시점 기준의 감정평가금액이다.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면 ‘로또’를 버리는 셈이다. 재건축 조합원은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 데다 재건축 후 몸값이 많이 뛰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올해 말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키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조합설립 인가 전인 재건축 사업장이 50곳 정도다. 3만7000가구가량이다.
2년 이상 거주한 적 없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했으면 분양받을 길이 막힌다. 임대의무기간(4~8년) 동안 주인이 들어가 거주할 수 없다. 임대하지 않고 주인이 들어가 살면 과태료 3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자료: 국토부
정부는 지난해 10월 임대주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의무기간내에 임대하지 않는 등 의무 위반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가 많다. 재건축 사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종부세·양도세 등 절세 효과가 좋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전용 85㎡ 이하이고 임대주택 등록 때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이면 종부세를 내지 않고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다. 공시가격이 6억원 넘더라도 8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최대 70%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있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가구가 10%에 조금 못 미치는 328가구다. 이중 70%가 넘는 234가구가 임대의무기간 8년인 장기임대다. 나머진 4~5년짜리다. 1979년 지어진 은마는 2003년 말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 뒤 아직 조합설립을 하지 못했다.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많아 올해 안에 조합설립을 신청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1572가구 중에서도 등록 임대주택이 111가구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넘었고 2003년 추진위 구성 이후 재건축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본궤도에 오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3710가구)에도 10%가 넘는 504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새 아파트 입주까지 장기적으로 재건축 주택을 보유하려는 매수자들에게서 임대주택 등록 혜택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료: 국토부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박모씨는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할 생각이었는데 정부의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임대주택 등록을 한 게 내 발등을 찍은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은 주인들 가운데 지방 거주자도 발을 구르게 됐다. 거주 요건을 채우려면 상경해 재건축 단지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에 지방 원정 투자가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임대주택 등록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며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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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는 부동산 규제.. 내수경기, 더 얼어붙나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대책 발표 브리핑에 배석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브리핑 내내 김 차관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취재진과 일문일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가뜩이나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될 정도로 얼어붙은 국내 경기가 이날 발표된 부동산 규제로 인해 더욱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답답함이 김 차관의 침묵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규제로 서울 등 부동산 규제지역의 주택 거래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정치적 슬로건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경제정책의 목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갭투자 봉쇄 부동산 대책…"작년 3분기 성장률 쇼크 반복되나"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녹실회의에서 확정된 ‘주택시장 안정 방안’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제한된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이른바 ‘갭 투자’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용인 수지와 수원, 안양 등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이 관측된 17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경기·인천·대전·청주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각종 금융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재유입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방에서 과열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 투기 수요로 연결되지 않도록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택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 경기를 더욱 움츠려 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3분기의 경우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침을 정한 이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4%(이하 전기비)로 뚝 떨어진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분양가 상한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작년 3분기 건설투자는 전기대비 6.0% 감소하는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서울 강남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사업이 정부 정책으로 멈춰섰기 때문이다. 건설투자 위축은 작년 1분기 마이너스(-0.4%) 성장을 딛고 2분기 1.0%까지 올라온 국내 성장률을 다시 0%초반으로 후퇴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건설투자 회복 지연될 듯… "정부 정책이 경기에 역행"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경기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 대책 중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주택 거래에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 자료 신고를 의무화한 것은 부동산 거래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거래 급감은 이사, 도배, 인테리어 등 자영업자의 생계와 연결되는 서비스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 이에 연동된 건설 투자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후 건설투자는 2018년부터 계속 마이너스 상태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가 2.2% 감소하고, 내년에는 0.8%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내년 하반기쯤에야 건설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번 규제로 건설사들의 아파트 사업이 연기될 경우 건설경기 회복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부동산 규제 수위를 무조건 올리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었지만,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질 수 없다’는 청와대 및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는데, 정작 정부는 서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집값 안정에 경기활성화라는 경제정책 목표가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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