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내곁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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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이른 아침부터 우린 여행준비로 바빠졌다.
점심 도시락도 싸야하고 약간의 간식과 음료와 과일도 준비하자고 했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중추절을 맞이하여 처가집 선산에 장인장모 성묘차 다녀오기로 한것이다.
공주군 장기면 대교리를 통해서 밤실이라는 곳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쯤 되었을게다.
지난달 16일 아내와 함께 벌초를 하여 산소와 주변의 정리는 그럭저럭 되었지만 아무래도 산소를 드나드는 입구쪽이 뻥 뚤리지 않고 뭔가 껄적지근하게 맊힌 기분이 들어 1시간 가량 미리 준비해간 연장으로 잡목들과 큰 나무가지들을 잘라내는 동안 그녀는 묘소주변에 엎드려 잡풀제거와 잔 자갈들을 골라내고 있는것같다.
나는 최근에 이곳에 오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그 치졸하고 수치스러운 사건만 없다면 꽤나 의미있는 여행겸 성묘이거늘---
(차라리 듣지 아니한만 못하다)
약 8개월전 우연히 이곳에서 만난 대전에사는 처가집의 먼 친척을(정동?) 만났는데 지금 여기에 모신분들을 이곳으로 이장을 하게되면서 그 뒷얘기를 얘기하다가 넌즈시 나에게 들려주던 은밀한 수치스러운 얘기,
(본래 대전 시내 (가양동)에 매장 되어있던 분들인데 도시가 자꾸 비대해지며 확장되어 어쩔수없이 또 다른 선산인 이곳(공주)으로 이장하기로(20-21년전) 문중에서 결정한 직후 벌어진 웃지못할 내용인즉,
본시 4촌 형제의 아버지들은 형제이거늘 ----
첫째가 나의 장인, 그리고 둘째,세째.
그 분들이 3형제니까 3집중 2집의 아들들이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보다 자기 부모(둘째)를 더 좋은곳에 모시고자 지정된 지사분을(지관)몰래 야밤에 찾아가서 소위 로비짓을 하더라는 후문이었다.
그래서 인지 다정스레 오손도손 형제분들끼리 한곳에 가즈러니 모셔져야할 선산에 3분의 묘지가 사지팔방 흩어져 이골짝, 저골짝에 모양도 위치도 제 각각----
동쪽을 보는분, 서쪽을 보는분, 남쪽을 보는분 다 다르다.
"노력하지도 않고 되는일 없으면 조상탓 "이라 했나?
당시에 3형제의 자녀중 야밤에 이루어진 작업(?)에서 제외된 당사자(나의 처남)는 지금도 이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한다.
그래 - 어쩌면 차라리 모르고 있는것이 낳을성 싶다.
그 야간 작업에서(?) 제외된 분들이 몰락한 종손집 주인인 나에 장인 장모님시다.
여러모로 불쌍한 두분들이 이곳에 묻혀 계신것이다.
이후 나는 벌초나 산소 가꾸기를 마치고 그곳을 내려올
때면 자꾸만 쓸쓸한 두분이 안스러워 몇번이고 뒤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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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자락을 막 내려서서 왼쪽 (동쪽)으로 악간 머리를 돌리자면 조선초기에 그 유명한 순천 김씨문중에 역사적 인물인 김종서 장군의 묘와 그의 업적을 새긴 높이가 약 3m 나되는 비석이 위엄있게 서있다.
(金宗瑞
1390(공양왕 2)~1453(단종 1).
조선 초기의 문신·장군.
지략이 뛰어나고 강직하였기 때문에 대호(大虎)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도총제(都摠制) 추(錘)의 아들이다.)
세종에 절대적 신임을얻었으며 문종의 간곡한 부탁을 받들고자 어린 단종을 충심으로 보필하든차에 계유정난(세조의 왕위찬탈사건)에 희생되었다.
"朔風(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明月(명월)은 눈 속에 찬데
萬里邊城(만리 변성)에 一長劍(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해석
몰아치는 북풍은 나뭇가지를 스치고 중천에 뜬 밝은 달은
눈으로 덮인 산과 들을 비쳐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국경) 성루에서 긴 칼을 짚고 서서,
휘파람 불어치며 큰 소리로 호통을 치니,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에
감히 대적하는 것이 없구나.
이외에도〈장백산에 기를 꽂고. 등의 시조가 전한다.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마침 인근에서 벼나락을 말리고 있는 그 김종서 장군의 17대 후손과 이얘기 저얘기를 나누고는
헤여져 자동차를 세워 놓은곳으로 돌아서는데 괜시리 이래 저래 숙연한 기분으로 아내를 슬그머니 보나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싶다.
그래 - 차라리 깊이 생각을 않는것이 좋으리라.
이곳엔 벌써 가을이 와 있었다 그것도 저 감나무에 주렁주렁달린 풍성한 감 만큼이나------
2006/10/07 홍석